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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Book] <아무튼, 양말>, 구달

by ye0n.09 2024. 10. 14.
 
아무튼, 양말
아무튼 시리즈의 열여덟 번째 책. 『한 달의 길이』 『일개미 자서전』의 작가 구달이 쓴 양말의, 양말에 의한, 양말을 위한 에세이다. “책 한 권을 쓸 정도로” 양말을 좋아한다는 자칭 ‘19년 차 양말 애호가’인 저자의 일상은 양말과 놀랍도록 밀착되어 있다. 그는 “매일 양말을 고르며 하루를 열고, 양말을 벗어 빨래바구니에 던져 넣으며 하루를 닫는다. 그날 누구를 만나 무얼 하느냐에 따라 착용하는 양말의 색깔도 무늬도 달라진다.” 이 책은 ‘양말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끝을 맺는다. “양말을 반항의 무기로 휘두르고, 재정적 몰락을 양말 진열대 앞에 선 채 실감하며, 때로는 시스루 양말 한 켤레에 무너지고 마는” 저자의 양말 이야기에 울고 웃다 보면, 어느새 양말 한 켤레는 우리 삶에 ‘직유’가 아닌 ‘은유’로서 다가온다.
저자
구달
출판
제철소
출판일
2018.12.03

 

이 책을 읽게 된 건 어느 분한 마음에서 시작 되었다. 부끄러워서 차마 털어놓을 수 없는 이유라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 발생한 질투 정도까지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아무튼’시리즈를 알게된 첫 책이었다. 첫 책 치고는 굉장히 늦게 본 편이다. 어느날 우연히 본 글에서 양말이라는 주제로 모임에서 한참을 이야기 했다는 누군가의 일화를 봤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 글을 계기로 ‘아무튼’ 시리즈를 알게 됐다. 그래서 언젠가 양말을 봐야지 했다가 이번에 빌리게 되었다.

 

아무튼 시리즈는 초반부에 주제에 대해 작가가 글을 쓰게된 계기를 담는다. 보통은 책을 내게된 계기가 출판사의 제안이라 가끔은 담당자나 출판사의 의견이나 그 일화가 담기기도 하는데, 양말이 주제인 이 글은 작가의 양말에 대한 애정이 넘쳐서 본인이 출판사에 책을 내고 싶다고 제안을 했다고 했다. 내가 이것을 왜 좋아하는지 얼마나 좋아하는지 벌써부터 뜨거움이 느껴졌다.

 

시리즈를 한 7-8권은 읽은 것 같은데, 그 중에서 가장 강렬한 애정이 느껴진 작품이었다. 양말에 대한 작가의 신념이 제일 확고하게 느껴졌다. 양말의 계급사회, 민망함을 무릅쓰고 명품 매장에서 양말을 사왔다는 것(그리고 명품매장에서는 ‘양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삭스류’라고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특별한 날에는 가장 마음에 드는 양말을 신는다는 것 등등.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작가를 통해 캐나다 총리가 양말정치로 유명했다는 것이었다. 정말 애정없이는 파고들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강한 애정을 받고 있는 물건을 보고있노라면, 같이 아껴줘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이번 책의 작가의 양말은 아끼는 것을 너머 나의 양말까지 돌아보게 되는 작품이었다. 발을 보호 혹은 의류 종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 양말이 누군가에게는 애정의 대상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각자의 다양한 관심사와 애정의 이유는 세상을 넓혀주는 하나의 수단이 되는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