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정연주
- 출판
- 세미콜론
- 출판일
- 2023.10.04
취향을 알아보는 질문이 있다. 음식에서는 흔한 질문으로 밥빵면 중 순위를 매긴다면 무슨 순서인가. 나는 한국에서 쌀밥을 먹으며 자라온 사람 치고는 밥이 앞순서로 오지 않는다. 솔직히 말을 한다면, 가장 뒷순서. 나의 밥빵면 순서는 ‘면>빵>밥’이다. 면요리는 먹기 편한 것도 그렇고 한그릇 음식이라는 단순함 때문인지 만드는 사람의 입장이 되었을 때도 뒷정리가 편해서 그런가, 더 선호하게 되었다. 빵이 두번째인 이유는 아쉽게도 빵은 나의 식사가 되지는 않아서. 샌드위치나 토스트가 내 밥으로 먹기에는 부족한 양이다. 또 나중에 더부룩해지는 것도 순위가 내려가는데에 한 몫 했다. 그러나 면과 마찬가지로 한그릇 음식이고 치우기 좋다. 빵은 역시 보편적이고 변화가 다양한 식빵에 손이 자주 간다. 잼이나 버터 혹은 다른 채소나 소스 등으로 다채롭게 먹을 수 있는 소금맛이 살짝 나는 빵들이 좋다. 바게트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이 하고 있었기에 책을 찾는 중 이번 ‘띵 시리즈’의 작가는 왜 바게트를 좋아하는지 궁금해졌다. 책을 살짝 훑었을 때, ‘읽는 중 먹고 싶어질 수 있으니 바게트를 준비해 둘 것’이라고 한다. 읽기 전부터 빵냄새가 나는 것 같다.
작가는 조리 공부를 했었다. 음식을 잘 먹지는 않아도 맛있는 것을 쫓는 미식가였다. 프랑스로 여행을 갔을 때, 고모와 함께 떠난 곳에서 만난 바게트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이 부분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프랑스와 빵. 어릴 때부터 너무 당연한 조합이었고 자주 접했던 정보였다. 유럽 여행을 하게 된다면 독일에서는 맥주를 마셔보고 싶다는 것처럼 프랑스로 간다면 빵을 꼭 먹어보자. 아무 빵집이나 들어가도 맛있고 값이 싸다. 라는 정보는 나에게 사실처럼 다가왔었으니까. 그리고 작가의 경험에 대한 얘기를 들으니 더 궁금해졌다. 겉이 단단한 빵이 아닌, 부드러움과 조화되는 바삭한 빵의 질감은 무엇일까.
국내로 돌아온 작가는 그 빵의 맛을 찾아 다앙한 곳을 찾아간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느낀 그 맛이 나지 않아 아쉬워했다. 그 맛은 프랑스 안에 있을 때의 분위기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말을 한다. 여유롭고 빵만 들고 가도 다 잘 어울리는 길거리의 모습. 다 같은 사람 사는 곳이라 하지만, 역시나 각 나라의 분위기는 타국에서는 따라할 수 없는 것이구나 느낀 부분이었다. 작가는 후반에는 빵을 굽기로 마음을 먹는다. 오븐을 쓰고 바게트를 더 맛있게 굽기 위해서는 오븐의 습도가 중요하다는 정보에 돌을 사기도 한다. 또 오래 먹기 위해 운동을 하기도 한다.(그래서 부제가 ‘근손실은 빵손실이니까’이다.)바게트에 대해 정말 애정이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바게트에 대해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원래 바게트에서 제일 맛있는 부분은 양쪽 끄트머리 '키뇽(quigmon)'이라고 한다. 보통 바게트를 사 오는 심부름을 담당하는 사람의 몫이라 집에 도착할 때 즈음이면 양 끝이 이미 사라지고 없다는데, 정말 그렇다면 빵 껍질 혐오자인 나도 바게트 심부름만큼은 도맡을 생각이다.
- 본문 중에서
바게트 종류 중 반죽을 길게 빚은 다음 가위를 이용해 양쪽에 번갈아 어슷한 칼집을 넣어 펼쳐 굽는 에피 바게트가 있다. 에피(epi)는 이삭이라는 뜻이고 딱 그런 모양으로 생겼는데, 뾰족뾰족해 유독 바삭하고 고소하게 구워져서 바게트의 '귀'라는 별명 이 있는 가장자리 부분이 많이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 본문 중에서
바게트의 한 부분을 다루는 용어가 있을 줄도 몰랐고 얼마나 빵냄새가 좋으면 심부름하는 사람들이 돌아오는 길에 먹게 되어 이런 말이 나온 걸까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왜 빵을 미리 준비하라고 했는지 체감했다. 읽는 내내 고소한 빵냄새가 느껴졌다. 독서를 마친 후에 몇 번 빵을 사먹기도 했다. 작가가 느낀 바게트의 맛은 완전히 경험해볼 수는 없겠지만 책을 통해 바게트에 대한 관심이 더 피어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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