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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Book] <바게트 - 근손실은 빵손실이니까>, 정연주

by ye0n.09 2024. 11. 5.
 
바게트: 근 손실은 곧 빵 손실이니까
시원한 바람과 청명한 풍경, 코끝으로 느껴지는 맑은 공기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계절, 가을이다. 음식을 매개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띵 시리즈의 스물네 번째 주제는 바로 ‘바게트’. 손가방에 바게트와 책을 꽂고서 당장이라도 피크닉을 가고 싶게 만드는, 이 계절에 딱 어울리는 빵 책 『근 손실은 곧 빵 손실이니까』가 출간되었다. 요리 잡지 기자 출신의 정연주 작가는 현재 프리랜서 푸드 에디터이자 요리책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음식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저자가 그간 수없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것 중에서 택한 단 하나, 바게트를 향한 사랑 고백을 펼친다. 1일 1바게트로도 모자라 직접 발효종을 키워 매주 바게트를 굽고 급기야 빵을 먹기 위해 근육까지 준비하는, 한마디로 선의의 ‘바게트 빌런’이 작정하고 보여주는 바게트의 맛과 멋을 책 한 권에 밀도 있게 담았다.
저자
정연주
출판
세미콜론
출판일
2023.10.04

 

취향을 알아보는 질문이 있다. 음식에서는 흔한 질문으로 밥빵면 중 순위를 매긴다면 무슨 순서인가. 나는 한국에서 쌀밥을 먹으며 자라온 사람 치고는 밥이 앞순서로 오지 않는다. 솔직히 말을 한다면, 가장 뒷순서. 나의 밥빵면 순서는 ‘면>빵>밥’이다. 면요리는 먹기 편한 것도 그렇고 한그릇 음식이라는 단순함 때문인지 만드는 사람의 입장이 되었을 때도 뒷정리가 편해서 그런가, 더 선호하게 되었다. 빵이 두번째인 이유는 아쉽게도 빵은 나의 식사가 되지는 않아서. 샌드위치나 토스트가 내 밥으로 먹기에는 부족한 양이다. 또 나중에 더부룩해지는 것도 순위가 내려가는데에 한 몫 했다. 그러나 면과 마찬가지로 한그릇 음식이고 치우기 좋다. 빵은 역시 보편적이고 변화가 다양한 식빵에 손이 자주 간다. 잼이나 버터 혹은 다른 채소나 소스 등으로 다채롭게 먹을 수 있는 소금맛이 살짝 나는 빵들이 좋다. 바게트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이 하고 있었기에 책을 찾는 중 이번 ‘띵 시리즈’의 작가는 왜 바게트를 좋아하는지 궁금해졌다. 책을 살짝 훑었을 때, ‘읽는 중 먹고 싶어질 수 있으니 바게트를 준비해 둘 것’이라고 한다. 읽기 전부터 빵냄새가 나는 것 같다.

 

작가는 조리 공부를 했었다. 음식을 잘 먹지는 않아도 맛있는 것을 쫓는 미식가였다. 프랑스로 여행을 갔을 때, 고모와 함께 떠난 곳에서 만난 바게트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이 부분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프랑스와 빵. 어릴 때부터 너무 당연한 조합이었고 자주 접했던 정보였다. 유럽 여행을 하게 된다면 독일에서는 맥주를 마셔보고 싶다는 것처럼 프랑스로 간다면 빵을 꼭 먹어보자. 아무 빵집이나 들어가도 맛있고 값이 싸다. 라는 정보는 나에게 사실처럼 다가왔었으니까. 그리고 작가의 경험에 대한 얘기를 들으니 더 궁금해졌다. 겉이 단단한 빵이 아닌, 부드러움과 조화되는 바삭한 빵의 질감은 무엇일까. 

 

국내로 돌아온 작가는 그 빵의 맛을 찾아 다앙한 곳을 찾아간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느낀 그 맛이 나지 않아 아쉬워했다. 그 맛은 프랑스 안에 있을 때의 분위기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말을 한다. 여유롭고 빵만 들고 가도 다 잘 어울리는 길거리의 모습. 다 같은 사람 사는 곳이라 하지만, 역시나 각 나라의 분위기는 타국에서는 따라할 수 없는 것이구나 느낀 부분이었다. 작가는 후반에는 빵을 굽기로 마음을 먹는다. 오븐을 쓰고 바게트를 더 맛있게 굽기 위해서는 오븐의 습도가 중요하다는 정보에 돌을 사기도 한다. 또 오래 먹기 위해 운동을 하기도 한다.(그래서 부제가 ‘근손실은 빵손실이니까’이다.)바게트에 대해 정말 애정이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바게트에 대해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원래 바게트에서 제일 맛있는 부분은 양쪽 끄트머리 '키뇽(quigmon)'이라고 한다. 보통 바게트를 사 오는 심부름을 담당하는 사람의 몫이라 집에 도착할 때 즈음이면 양 끝이 이미 사라지고 없다는데, 정말 그렇다면 빵 껍질 혐오자인 나도 바게트 심부름만큼은 도맡을 생각이다.

- 본문 중에서

 

바게트 종류 중 반죽을 길게 빚은 다음 가위를 이용해 양쪽에 번갈아 어슷한 칼집을 넣어 펼쳐 굽는 에피 바게트가 있다. 에피(epi)는 이삭이라는 뜻이고 딱 그런 모양으로 생겼는데, 뾰족뾰족해 유독 바삭하고 고소하게 구워져서 바게트의 '귀'라는 별명 이 있는 가장자리 부분이 많이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 본문 중에서

 

바게트의 한 부분을 다루는 용어가 있을 줄도 몰랐고 얼마나 빵냄새가 좋으면 심부름하는 사람들이 돌아오는 길에 먹게 되어 이런 말이 나온 걸까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빵을 미리 준비하라고 했는지 체감했다. 읽는 내내 고소한 빵냄새가 느껴졌다. 독서를 마친 후에 빵을 사먹기도 했다. 작가가 느낀 바게트의 맛은 완전히 경험해볼 수는 없겠지만 책을 통해 바게트에 대한 관심이 피어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