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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Book]<아무튼, 술>, 김혼비

by ye0n.09 2025. 2. 28.
 
아무튼, 술
아무튼 시리즈의 스무 번째 이야기는 ‘술’이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의 김혼비 작가가 쓴 두 번째 에세이로,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에 당당히 “술!”이라고 외칠 수 있는 세상 모든 술꾼들을 위한 책이다. “술을 말도 안 되게 좋아해서 이 책을 쓰게” 된 작가는 수능 백일주로 시작해 술과 함께 익어온 인생의 어떤 부분들, 그러니까 파란만장한 주사(酒史)를 술술 펼쳐놓는다. 소주, 맥주, 막걸리부터 와인, 위스키, 칡주까지 주종별
저자
김혼비
출판
제철소
출판일
2019.05.07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잘 마시는 편도 아니고, 마신 후의 컨디션이 나빠지는 감각이 너무 싫다. 그런 내가 가끔 찾는 경우는 기분 좋은 일이 있어서 이 기분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서, 반대로 기분이 너무 침체되어 맨정신으로는 잠에 들 수 없을 것 같을 때(이런 경우 다음날에 높을 확률로 후회를 한다.) 이 외에는 절대 따로 찾지 않는다. 주변에 휘둘려서 마신 적도 없다. 게다가 잘 마시는 편도 아니라서 맥주나 도수 낮은 와인이 아니면 입에 대지도 못한다. (작은 맥주캔 하나도 다 못 먹을 정도.) 술에 대한 호감도의 최대치가 10이라면 나는 한 2-3에 머무는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런 내 성질 때문에 술을 좋아하고 주량에 자존심을 세우는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편견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궁금해졌다. 술을 즐기는 사람은 왜 좋아하는지. 아무튼 시리즈를 둘러보다가 앞선 생각으로 고르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이유로 좋아하는 것일까?

 

작가의 첫 술에 대한 경험은 고3시절 수능을 백일 남겨둔 날 무렵이었다. 나에게는 그런 문화는 없었지만, 수능이 백일 전에 ’백일 주’라고 해서 술을 마시는 문화가 있어 그때 술을 처음 경험했다고 말한다. 자신을 ‘배추‘라고 헛소리를 했음에도 기억을 못해 친구들의 증언을 들었을 정도로 잔뜩 만취한 어린 시절 작가는 다시 마시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성인이 된 이후 몇 년간은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초반부는 작가의 첫 음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할 하고 이후에는 음주에 대한 일화를 이야기 해준다. 소주를 처음 따를 때의 꼴꼴꼴 소리가 좋아서 더 듣기 위해 마시기도 하고 새로운 방안을 찾아낸다거나, 술에 취해 노래방 리모컨을 들고 택시 안이 오락실인 줄 알고 레이싱 게임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했다거나, 파티에서 스위스 친구가 만들어준 스위스식 폭탄주를 마시고 집까지 기어가다가 머리를 다쳤다는 이야기 등 다양한 일화를 보며 막 웃기도 했다. 주사를 부릴 정도로 만취해본 적이 없는 나는 이런 이야기들이 웃기면서 한편으로 술에 대한 경계심이 두드러졌다.

 

술을 즐기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공감했던 부분은 와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십대 초반 대에는 좋아하는 배우를 따라 맥주를 좋아한 적이 있었다. 이에 시너지를 주듯 세계 맥주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편의점에서 먹어본 맥주가 없을 정도로 즐긴 적도 있었다. 이와 비슷하게 와인을 시작하게 것도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괴로워할 때마다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자주 나왔었다.(알코올 중독으로 가는 과정을 표현하려고 했던 아닌가 싶다.) 이때 와인이 궁금해져서 가까운 마트에서 저가 와인을 사서 마셔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멈출 했으나, 어느날 대형 마트로 장을 보러 날에 와인 코너 직원 분이 와인 하나를 추천해주셨다. 와인이 나를 신세계로 이끌었다. 초입자가 먹기에도 적절한 풍미와 농도였다. 와인을 보관하는 법도 라벨을 읽을 줄도 몰랐던 나는 아직도 와인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빠른 시일에 다시 마트를 방문해 직원분이라도 찾으려 했으다 다시 만날 없었다. 와인을 시작으로 편의점, 백화점, 마트 와인코너를 기웃거리며 사보기도 하고, 와인 용품을 사보고, 어떻게 먹으면 즐길 있는지까지 찾아볼 정도로 몰입했었다. 그러나 저가 와인은 저가인지 있는 것이 명백했고 그렇다고 고가 와인에 도전하자니 나는 와인을 알지도 돈도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작가도 잔의 맛있는 와인으로 와인을 시작해보려다가 가격에 의해 참아내다가 결국은 포기하게 되었다고 것을 보면 와인의 장벽은 가격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언젠가는 유럽에 가볼 있다면 와인을 가능한 범위에서 즐기다 오고 싶다. 하루에 밖에 마셔서 얼마 먹지도 못하겠지만.